트리플A 사라진 미국, 채권 팔아야 할까? 담아야 할까?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채권 투자 타이밍과 정치적 리스크를 중심으로 전략적 판단을 돕는 분석 리포트

 

트리플A 사라진 미국, 채권 팔아야 할까? 담아야 할까?



등급이 중요한 게 아니다…40년짜리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이 또 한 번 강등됐다.
하지만 문제는 ‘등급’이 아니라 ‘의미’다.

40년 동안 모든 금융시장의 근간이었던
“미국 국채 = 절대 안전자산”이라는 믿음.
이제는 그 명제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는 단순히
무디스가 Aaa에서 Aa로 내렸기 때문이 아니다.
이 구조가 계속되면, 채권을 믿을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피치·무디스·S&P의 공통 결론 “더는 안 믿는다”

2011년 S&P, 2023년 피치,
그리고 2025년 무디스까지.
모두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치는 “재정 통제력 상실”,
무디스는 “정책 조정 가능성 미흡”을 이유로 들었다.
핵심은 같다. 미국은 구조를 고칠 생각이 없다.

이건 단기 악재가 아니다.
신뢰 기반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손실이다.


‘의지’ 없는 채무국의 말로…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돈이 없어서 등급이 내려간 게 아니다.
돈을 갚을 생각이 없어 보여서다.

이건 매우 다른 문제다.
재정적자 줄일 수 있는 수단은 있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이게 바로 ‘의지 부족’.
국채 보유자는 이걸 가장 무서워한다.
돈보다 더 무서운 건 정치다.


세출 고정, 금리 고정, 수익 고정…정책이 묶였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 지출의 73%는 고정 지출.
국방, 복지, 이자…이건 줄일 수가 없다.

거기에 금리는 연준이 쥐고 있다.
즉, 정책 자체가 묶인 상태다.

돈은 계속 빠져나가고,
새로운 해법을 설계할 공간은 없다.
‘대국’의 정책이 이토록 경직된 적이 있었던가.


GDP 134% 부채, 9% 적자…이걸 버틸 수 있다고?

2035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34% 예상.
적자는 GDP의 9%.
이건 선진국이 아니라 전시국가 수준의 수치다.

문제는 이걸 정상 상태로 여긴다는 것.
국채 발행은 계속되지만, 금리는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다.
그리고 수요도 줄고 있다.

지금 채권을 담는다는 건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선택일 수도 있다.


더 이상 ‘미국=안전자산’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

“미국 국채는 항상 우상향”
“위기 때일수록 달러와 미국채로”
이 말들이 통했던 건, 미국이 정치적으로도 통제 가능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책 결정은 지연되고, 리스크는 미리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성이 안전자산을 삼켜버리고 있다.


트럼프의 선택: 관세로 막느냐, 금리로 뚫느냐

지금 트럼프는 관세를 밀어붙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금리가 내려야 한다.

관세는 가격을 올리고,
인플레로 이어지고,
다시 금리 인하 여력을 막는다.

그래서 트럼프는 파월을 흔든다.
“금리 내리고, 내가 관세로 승부 보겠다.”
이거 하나로 모든 전략이 구성돼 있다.


월마트가 먼저 반응했다…소비자 전가 신호탄

월마트가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미국 유통의 바로미터다.
여기서 가격이 오르면, 그건 신호다.

수출국이 부담을 안으면 괜찮다.
그런데 그걸 기업이나 소비자가 떠안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정해진 수순이다.


파월과의 기싸움, 금리 결정이 핵심 갈림길

파월은 “관세 인플레는 오래간다”는 입장.
그래서 금리를 쉽게 못 내린다.
하지만 트럼프는 금리 인하 없이는
관세 정책도, 재정도, 대선 전략도 모두 막힌다.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건 6월 18일.
이날 금리 인하가 없으면,
7월부터 관세가 본격적으로 터진다.


채권이 안전했던 시대, 왜 끝났는지를 보라

1981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국채는 최고의 자산이었다.
금리 하락, 무역 확대, 저성장 고수익 구조.

하지만 지금은 금리 상승,
무역 규제, 블록화, 그리고 고정지출.
모든 전제가 반대로 바뀌었다.

이게 채권의 본질이 바뀐 이유다.
“그땐 그랬지”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다.


금리도 관세도 안 되면, 남는 건 ‘정치적 돌발’뿐

금리를 못 내리고, 관세도 못 쓰면
트럼프는 비정상 해법을 꺼낸다.
기업 압박, 가격 통제, 연준 해임 압박.

이건 ‘정책’이 아니라 ‘기싸움’이다.
시장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예측이 안 되는 순간, 채권은 도망간다.


지금 채권을 산다는 건 무엇을 견딜 각오냐는 질문

지금 미국채를 사는 건 가능하다.
수익률은 높다. 매력은 있다.
하지만 그건 정책 리스크, 정치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사야 되냐, 말아야 되냐’가 아니다.
‘무엇까지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래서 나, 지금 뭐해야 돼?”에 대한 명확한 대답

금리가 한 번 더 내리면,
관세는 강화되고 인플레가 뒤따른다.
그때는 채권을 담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이 바닥이라면,
이번 등급 강등은 마지막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낙관도, 단순한 공포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책 시나리오별 분기 대응력”이다.


미국 채권을 사는 건 이제 ‘금리’가 아니라 ‘정치’를 사는 일입니다.
정책 읽는 눈이 없다면, 타이밍 맞출 확률도 없습니다.